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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김해동 | 2012.10.09 15:08 | 조회 2159
2003.05.13
 
누님이 피아노 전공으로 예중, 고를 거쳐 대학 기학과로 진학을 했으니 저의 어린시절은 피아노 소음과의 전쟁이 였습니다만 싸우며 정 든다고, 또 누나의 솜씨가 점점 익어 가면서 제가 오히려 누나를 졸랐습니다. 결정적 역전의 계기는 어느 날 햇살이 방에 가득찰 만큼 늦은 아침, 눈이 부셔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곡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으로 제게 다가 왔습니다. Liszt Piano Concert Etude No. 3. 연습곡이었던 모양인데 얼마나 강렬 했는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곡명과 멜로디가 생생하게 기억 되고 있으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앨범을 지금껏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나를 가르치는 피아노 선생님이 틈틈이 저를 봐 주셨는데 어린이 바이엘를 겨우 마치고 두 손이 따로 돌아가는 체르니의 첫 고비를 못 넘기고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만 그 것이 천 추의 한이 될 줄 그때는 꿈에도 몰랐지요. 그때 저에게는 피아노보다 바이올린이 훨씬 멋져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이엘도 완전하게 못 넘긴 원죄는 어머님이 저의 그 멋진 바이올린을 배우겠다는 사치스러운 희망을 깨는데 결정적인 무기가 됩니다. 며칠을 재래식 부엌바닥에서 뒹구는 것으로 저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일전에 올해 은퇴를 앞두신 원로 정형외과 선생님으로부터 평생에 걸친 당신의 바이올린 사랑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부끄러워 저도 바이올린을 좋아 했었다는 말씀도 못 드렸습니다. 바이올린을 허락 받는 조건으로 의대를 진학하신 정도인데, 저는 그저 부엌바닥 몇 바뀌 돌고 노모를 원망하고 있었으니...
 
부분적으로 나는 기억 중에 국민학교 1학년 땐가 공부 부진으로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화장실에 들어가 이마를 벽에 박고, 눈물을 훌쩍이며 "아니 나는 가수가 될 텐데 왜 공부를 잘해야 하나?" 나의 얇고 높은 편의 목소리가 유치원에서 통하여, 보모 선생님의 한두 번의 의례적인 칭찬이 어린 소년을 심하게 착각 시켰음에 틀림 없습니다.
 
제 목소리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감상으로 돌아선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다행히 집에 아무도 돌 보지 않던 텔레풍겐 (Telefungen) Mono 전축이 있어 세련된 국민학생의 고급 취미생활은 영위 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 기억 나는 음악이 주페의 경기병.
 
형님께서 초급 장교 월급을 꼬박 모아 60년대 중반 30여 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여 장만한 Audio System (Pioneer Amplifier, Sansui Speaker, AR deck, Sony Wheel Tape Recorder)은 그 당시 중학생인 저에게 개벽과도 같은 엄청난 충격 이였습니다. 소리에 심취한 꼬마는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괜찮다는 Audio System이 있는 곳은 어디를 불문하고 찾아가, 들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극성 학생으로 변해 갔습니다.
 
귀가 꿇리는 만큼 형님 System 소리가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 했고, 주머니에 땡전 한푼 없는 중학생 입에서 "Amp는 Fisher나 적어도 Scott, Speaker는 AR-3A정도가 되어야 그저 참고 들어 줄만 하다"는 싹수 없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 합니다. 틈만 나면 그 당시 전자 상가인 종로 세운 상가에 나가 좋은 System을 눈으로 라도 대리 만족해야 하는 음악(Music)은 뒷전이고 소리(Sound)가 앞서는 기형의 음악을 즐기게 됩니다. 오감 중에 귀를 만족 시키기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며...
 
얼마나 많이 다니며 보았는지 십여 미터 밖에서 어떤 System이나 척 보면, 어느 Maker, 무슨 Model로 System의 특성, 소리의 특징, 가격 등등이 줄줄이 튀어 나올 정도 였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는 어린 학생 마음에 상처만 입히고, 훗날 돈이라는 것을 벌게 되면 제일 먼저 뛰어와 저 빛나는 McIntosh를 꼭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결의만 남기고 소리에 대한 집념을 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의를 실행하기 위하여 그로부터 20여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채.)
 
고등학교를 진학하자 망설임 없이 뺀드(Brass Band)반에 들어 갑니다. 자그만 악기들은 치열한 경쟁아래 다 팔리고 저에게 돌아온 악기가 트럼본이 였습니다. 밴드 반 역사 이래 중도에 하차한 반원이 제가 처음이라는 것이 사실인 듯, 엄청난 희생을 치루고 2학년 중반 그만둘 때 까지 그것은 말 그대로 악몽 이였습니다. 음악과 구타와의 상관관계? 아이다 등 몇 곡의 주옥 같은 작품을 합주할 수 있었다는 위안을 얻기엔 너무 많이 얻어 맞아야 했습니다. 하기는 Symphony Orchestra의 연주를 들을 때 모든 악기의 소리가 제 각각 들려오는 훈련을 받은 부수입도 얻었습니다만.
 
제가 월급을 받게 되면서 제일 먼저 한일이 당연히 Audio 기기를 월부로 구입 한 것이지요. 그 당시에 잘 나아 가던,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Audio Component "Intel"! 원하는 전문 기기를 살수 있을 때 까지 버터 보겠다는 것이 너무나 큰 욕심 이였다는 것을 스위치를 킬 때 마다 느끼게 하여준 말도 안 되는 전축! 후에 해태에 인수되어 민족기업이 망하는데 크게 일조 했으리란 추측을 합니다 만. 인수를 결정한 해태의 ceo는 전자에 욕심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음악에는 별 소양도 욕심도 없었던 것이 틀림 없습니다.
 
몇 년 만에 간신히 이백만원을 만들어 손에 쥐고, 지금은 사라진 충무로 Audio거리로 나갔습니다. Yamaha Amp.를 중심으로 그럭저럭 기본적인 구성은 할 수 있었습니다. 80년대 초반이 였습니다만 그 돈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저의 겸손한 타협이 였지요. 별로 탐탁치 않은 구성이지만 구매의사를 밝히고, 그때 까지 애써 외면하던 McIntosh나 한번 틀어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때 그 주인이 였다면 무슨 핑계로든 안틀어 주었을 것입니다, 결국 맨손으로 나왔으니까요.
 
제 인생의 하나의 (커다란?) 목표일 수 있었던 McIntosh를 천신만고(?)끝에 손에 넣었을 때는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흐른 후였습니다. 그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High Tech에 힘입어, 돈에 신경 안 쓰는 귀족 Mania를 위한 초 특급 명기들이 이미 수 없이 탄생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의 명기 Fischer, Scott 등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 McIntosh는 다행히 Innovation을 거듭하며 그 명성을 지키고 있었습니다만, Mass Market을 지킬 수 밖에 없는 Major로써 과거의 유일, 무일의 최고의 영광은 이미 찬란한 역사 속에 묻어야 했었을 것 입니다.
 
Mark Levinson이라는 미국의 천재 Engineer가 본인의 이름을 붙인 기기로 최고의 자리를 물려 받아 명성을 구가 하다가, 좋은 가격에 회사를 이름과 함께 넘기고, Cello라는 Brand의 고급기기를 다시 만들어 자기 이름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 미국의 Jeff Rowland Design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신예 고급품 메이커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고, 유럽쪽에는 스위스에 Goldmund, 서독의 Burmester, 덴마크의 The Gryphon 등등 수많은 초특급 모델들이 모두 수 천만원대의 가격을 자랑하며 20여년 만에 못 이룬 짝사랑 McIntosh를 찾아 돌아온 저를 완전히 혼란에 빠트려 버렸습니다.
 
과거에 All In One에서 고급화하며 Component System으로 변화 되어 갔습니다만 그 동안 다시 Amp.가 하나(Integrated)에서 Pre-, Main으로 나누어진 것은 기본이고, Main이 다시 고 역대 음과 중, 저 역대 음을 울려주기 위한 각각의 전용 Amp를 별도로 구성하는 경향이 였습니다. 천만원을 기본으로 하여도 Amp.에만 삼천입니다. 다시 돌아가 또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까?
 
사실 좋은 음악(소리)을 이상적으로 재현 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감상실의 음향 효과(Acoustic)와 소리를 직접 재생하는 스피커입니다. 거기에 Audio Mania의 천적이 아파트 아래층, 위층 그리고 Wife라는 말이 있듯이 방음효과가 최악인 아파트에서 2,30Watts면 충분할 환경에 좌우 출력이 각400에서 1,000Watt 이상 되는 고급 Amp. Speaker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돈 사정이 허락한들 아파트에 사는 한 일정 수준 이상의 System은 개발에 편자 격이 됩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McIntosh Pre. C34V, Main에 MC7300. Speaker는 처음에 원음 재생력이 뛰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JBL4370으로 갔습니다. Rock에는 이 이상의 Combination을 찾기 힘들 정도이며, 음악 장르에서 All Round Player인 저에게 적합한 Speaker였으나 후에, 제가 Violin, Cello에 치우치면서 현 소리를 맛있게 내는 Tannoy Centerberry로 바꾸었습니다.
 
양방향 각각300Watts에 달하는 Main Amplifier출력의 4분의1도 올리지 못하고, 때려 봐라 다 받아주마라는 듯한 풍채를 자랑하며 엄청난 힘을 받쳐줄 준비를 하고 있는 Centerberry를 속삭이게 해놓고 그 앞에 앉아 있으려면 System에게 차라리 안쓰러운 감정이 들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지난 겨울 어느 일요일 아침 뜬금 없이,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멜로디가 머리에 맴돌아, 실로 몇 달 만에 McIntosh 스위치를 올리고, CD를 찾아 CDP rack에 걸었는데 오른쪽에서 Noise가 심하게 나는 것이 였습니다. 배선이 문제 없는 것으로 보아 10년 동안 쌓인 먼지로 인하여 어딘가 접촉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사람을 불러 깨끗이 손을 보겠다고 한 것이 여름 문턱에 들어서는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요즘 잘 나간다는 5x Home Theater 용 AV로 바꿔 버릴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해가며...
 
어느날, 젊은 시절의 그 열정은 다 사그라지고, 삭막하게 삶에 찌든, ‘나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행태’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봅니다.
 
어떻게 얻은 나의 첫사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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