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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도스

김해동 | 2012.10.09 15:06 | 조회 1623
제가 술에 대하여 처음으로 강한 유혹을 받은 것이 중학생 때 소설을 읽으면서 였습니다. 르 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은 그 시대를 반영하듯 시종 암울한 분위기로 일관합니다. 독일의 외과 의사인 주인공 라비크는 약혼녀와 모든 것을 나치에 빼앗기고, 불란서로 도피하여 무면허 시술로 연명하는데, 이 주인공 온몸에서 풍기는 허무가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와 어울려 어린 저를 매료하였던 모양입니다. 그 주인공이 시도 때도 없이 마시는 술이 }칼바도스}. 작가가 이 술을 통하여 주인공의 허무를 표현 하려 하였다면 그것은 대 성공이 였습니다. 술을 한번도 입에 대어본일이 없는 중학생인 제가 소설을 읽으며 허무와 칼바도스에 주인공과 함께 취하였으니}
 
저에게 술집출입이 허용되자, 여러 Bar를 찾아 칼바도스를 찾았습니다. 70년도 초반 서울의 Bar라는 것이 일류 Hotel에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Bartender도 제게 칼바도스를 따라주기는커녕, 무슨 술이지 설명조차 해주지 못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년이 지난 80년 중반, 독일에서 그 술을 난생처음 만나게 되니 소설을 통하여 그 향을 더듬은 지 무려 20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 첫만남은,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그렇게 애타게 찾던 첫사랑을 만난 떨리는 마음으로 냉정한 시음이 어려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너무나 높은 기대 때문이 였는지 그렇게 황홀한 것은 아니 였습니다.
 
사과로 빚은 브랜디인 칼바도스는 그 당시 쫓겨 다니는 주인공이 지불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술이 였는지 모르겠고 그런 만큼 그렇게 고급 취향의 술은 처음부터 아니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만난 칼바도스는 병도 특급 포도 Brandy 병에 버금가게 멋지고, 맛과 향도 즐길 만 하였지만 역시 XO급 Cognac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맛과 관계없이 칼바도스 병을 발견하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버릇이 생겼고, 잔을 따를 때 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설레 움이 있어 저와 영원히 함께 할 술입니다.
 
그리고 보니, 첫사랑을 만나본지도 오래 되었군요. 오늘은 칼바도스 잔을 기울이며 개선문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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