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맛
이태리 식당들은 지역, 크기에 관계없이 자존심이 대단하다. 그 자존심이 지역마다 식당마다 다른 독특한 그들만의 맛과 특성 그리고 품질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 자존심이 자만으로 바꿔 맛과 괴리가 있을 때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는 방법이 있다. 주인이나 주방장을 불러 불평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조용히 A one 소스를 시키면 된다.
식당에서 차려 내온 음식이 정성이 없을 때, 조미료를 너무 많이 사용했을 때, 손님을 사람취급 하지 않을 때, 옆 손님이 너무 시끄러워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때, 이런 때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옆 손님에게 멱살 잡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식당들이 조용해지지도 않았고, 어느 식당에서 나의 충고를 듣고 음식 맛을 개선하여 대박을 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다.
그런 식당일수록 손님 불평에 익숙하다. 그런 불평이 불편했다면 처음부터 그런 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의미의 충고도 부질 없는 짓이다. 사실 내 쪽에서 보아도 나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시비 걸듯이 한마디 하고야 마는 것이 상대를 위한 충고가 될 수 없고, 내 분에 못이긴 불만의 배출이다.
요즘은 나도 세련되었다.
“이 식당 물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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