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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 단상

김해동 | 2012.10.09 15:13 | 조회 2909

인류의 역사는 아주 천천히 흐르다가 어떤 계기에 혁명적으로 변한다.
진화론으로 보면 약 2백만 년 전에 현재 인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유인원, 호모 에릭투스(직립 인간)가 나타나 직립하여, 두 손이 자유스러워 지고,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뇌에서 사고를 관장하는 신피질이 다른 동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지고, 그에 따라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다르게 진화, 발전하게 된다.

이후 20종의 유인원이 탄생했지만, 오직 15만 년 전 출현한 인류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만 살아남고 다른 19종의 초기 유인원들은 모두 멸종 한다. 마지막까지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한 네안데르탈인은 3만 년 전 멸종 되는데, 여러 학설 중에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몇 백만 년 동안 수렵 채취로 연명하던 인류는 약 만년 전에 어떤 돌연변이에 의해서인지 갑자기 농사짓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인류는 혁명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때까지 사냥에 성공하면 장기보관이 불가능 했으므로 종족끼리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 그것이 사냥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경험적 투자였다. 언제 다시 사냥에 성공할 지 기약이 없으니 먹이가 있을 때 배터지게 먹어야 했고, 그 습관은 유전자를 통하여 음식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식탐의 형태로 우리 본능에 남아있다.

농사를 짓게 되면서 정착하고, 자연스럽게 부락이 생긴다. 배고플 때 나가 사냥하고, 많이 잡아봐야 보관할 수가 없으니 부지런 할 필요가 없었으나, 농사는 근면 성실한 사람이 더 많은 곡식을 생산할 수 있고, 그 곡식이 보관 가능해 지면서 욕심이라는 감정이 크게 부각한다. 많이 생산하고, 보관하는 엘리트가 생기고, 보관한 곡식을 보호하려니 힘과 권력이 필요해 졌고, 급 기아 국가가 생기고 인류의 역사는 과거 수렵 채취시대의 몇 백만 년에 비하여 급격하게 발전한다.

불행(?)하게도 멀리 떨어져 있던 몇몇 인류 종족은 농사짓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수렵채취로 생존하고 있었다. 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그리고 남아시아 원주민들이 그들이다. 15세기 콜럼버스가 처음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농경으로 진화하지 못한 현지원주인의 생활수준은 유럽인들 기준으로 약 오천 년 전 정도 뒤 떨어져있었다고 한다.
말레이 원주민 입장에서 1511년 포르트기의 출현은 우주인이나 못된 신이 나타난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수렵채취사회와 농경사회의 경쟁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제때 진화하지 못한 조상의 과실이 만년 후 그 후손들을 멸망시켰다.

아메리카나 호주대륙은 멀리 떨어져 있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인디언과 호주원주민인 아보라진(Aborigine)은 유럽인들과 함께 들어온 못된 병균들에 대하여 무방비상태로, 유럽 전염병에 거의 멸종되었고 그래서 그 대륙에 미국, 호주 등 서방국가가 생겨날 수 있었다. 그에 반하여, 아프리카나 아시아 원주민은 병균에 대한 면역력이 있어 그나마 살아남아, 이차대전 종전과 함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독립되어, 오늘날의 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미생물 무기는 15, 6세기에 진짜 존재한 셈이다.

그 후 유럽은 18세기 말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만년 동안의 농경시대에 비하여 다시 눈부신 발전을한다. 농경시대에 머물던 아시아와 산업사회의 유럽의 경쟁력 차이는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으로,전쟁이라 불리 울 수 조차 없는 일방적 게임으로 증명된다. 역시 산업화하지 못한 아시아 대부분의나라들은 불과 100 여 년 먼저 산업화한 유럽 열강들의 속국이 되고 그 국민들은 노예와 같은 신세가 된다.
우리가 오늘 조금 뒤쳐지면 우리 자손들이 후에 어떤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역사에서 배운다.

이제 유럽에서 시작되고, 발전된 산업사회가 다시 정보, 지식사회로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70년대 시작한 IT의 발전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아온 우리세대이다. 미국이 그 혁명의 중심에 있으나 우리나라가 그 중심에서 멀지 않다. 칭기스칸 이후 처음으로 서양과 아시아가 거의 비슷한 출발선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늙는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이 세기의 경주를 다 보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난다.

우리 축구가 영국을 이긴 날, 사 세기 반 동안 유럽의 식민지였던 말라카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단상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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