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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김해동 | 2012.10.09 15:42 | 조회 2161
기업 환경이 복잡해 질수록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아지고 반면에, 직원들과의 직접 대화는 점점 어려워져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글을 통하여 대화하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글의 주제가 회사와 Business 이야기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필자가 월간 조선에서 ‘월드 비존’ 특집 시리즈에 실릴 ‘서울’에 관한 글 청탁을 선뜻 수락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의외였다.
부탁을 받은 때가 공교롭게도 북한에서 초대장을 받은 직후였는데 야간 통행이 부자유스러운 평양에서의 긴 밤을 그곳에서 별을 보며, 서울을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갑자기 멋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든 것 같다.  
“야 평양에는 별이 많구나!”
“아니 서울에는 별이 업습네까?”
도저히 이곳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서울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조심스럽게 대통력 탄핵에 대한 남쪽 사람들의 반응을 물어온다. 짓궂은 생각에 우리 System에 대하여 심하게 비판을 하여본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렇게 정권이나 정부 또는 정치인들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심산으로 약간의 오버를 하는데 이 사람들 표정이 그게 아니다. 오히려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볼 때 면, ‘아! 너무나 멀리 있구나… 진짜 전혀 다른 세상, 다른 체계, 다른 판, 다른 Paradigm에서 전혀 다른 사고를 하는 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평양에 다녀오면 한참동안 기분이 언짢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망가질 수 있을까? 일부러 망가지려고 작정을 해도 그렇게 까지 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지어준 공장이 백 여 개가 넘는다는데, 그 중 단 한 개의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단다. 일부러 안 돌아가는 공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오해도 살만하다. 2년 전에 들은 이야기다, 그 후에도 수 많은 공장이 지어졌으리라…
한국의 ‘K’라는 비 정부단체(NGO)에서 북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링거’로 불리 우는 수액생산 공장을 만들어 준다고 하여 그곳을 방문하였다. 평양에서 개성, 판문점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대동강변 요지에 의료관련 공단을 조성할 계획으로 넓게 부지를 조성하여 놓았다. 단지로 들어가는 길 옆에 새로 조성한다는 단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허물어져가는 축사 같은 건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제약회사 책임자는 의외로 젊어 보이는 여자로, 그 동안 3번의 방문을 통하여 내가 만난 수 많은 북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충성스러운 당원 같아보였다. 열렬히 회사 소개를 하는 모습이 북한 TV 여자 엥커를 빼 닮았다. 정열적인 회사 소개 후 Factory Tour중 신축공사장이라고 우리 일행을 이끌고 간 곳이 놀랍게도 들어올 때 보았던 축사 같은 건물이었다. 철거중이 아니라 신축 중이었던 것이다.
진짜 실망스러운 것은 신축(?) 건물에는 자체 생산한 진흙 같은 벽돌로 벽과 천장만 겨우 가렸는데, 번쩍번쩍한 남쪽의 생산 설비들은 이미 다 들어와 각방에 널브러져 방치되어 있는 것이었다. 공사판 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째…. 남쪽에서 이 십여 억원이 투자되었다는 이공장도 태동부터 이미 가동되지 않는 백 여 개 공장들의 실패를 따라 갈 수 밖에 없게끔 운명 지어진 것이다.
우리가 북쪽에 도와주려는 것이 필요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설비를 위시하여, 원료수급에서부터 생산 완료까지 모든 공정을 포함한 생산능력을 주는 것이 아니고, 공장 하나 가장 싼 가격에 달랑 지어 던져주고 한건했다고 생색이나 내자는 게 목적인 것이 틀림없다.
전형적인 Hardware위주의 발상이다. 북한에는 그러나, 공장을 가동할 능력도, 자금도,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Know-how도, 아무런 Software도 없다. 공장 몇 천 개 지어줘도 Hardware적 접근으로는 북한 동포들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누가 냈건, 남쪽에서 왔다면 우리 국민의 피 같은 돈의 낭비일 뿐이다.

산업 초기 시대에 상품은 그 기능에 의하여 팔렸다. 상품이 넘쳐흘러 경쟁이 심화되면서 품질로 승부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눈부신 기술발전과 더불어 누구나 쉽게 좋은 품질의 상품을 싸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품질, Design에서 조차 차별화를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눈에 보이는 (Tangible) 상품, Hardware의 가치(Value)로 경쟁하는 Paradigm이 아닌 것이다.
Brand Power, Service, 고객과의 관계, 맞춤 Service등을 망라한 Software가 상품구매 결정에서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Intangible) 것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정하는 척도가 되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IBM으로 대변되는 Hardware 중심의 세상에서 Software가 지배하는 세계로의 Paradigm의 전환(Shift)을 이미 80년대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이는 컴퓨터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비슷한 Paradigm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매출액으로 세계최고 자리에 오른 월마트의 경쟁력은 그곳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아니다. 월마트의 핵심 역량은 Everyday Lowest Price! 상품이 매일 가장 싼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되는 최적화 효율 System이다. 뒤늦게나마 IBM도 대형 컴퓨터 개발, 제조, 판매회사에서 Price Water House라는 Consulting Group을 인수하여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Software인 Total Business Solution 제공자로 변신을 하고 있다.
Service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의 상품(hardware)을 팔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수단이 아니다. 고객만족, 고객의 문제에 대한 Total Solution제공 나아가 고객의 성공, 이러한 종합 Service 의 Software가 바로 기업의 상품이 되었다. 과거 개념의 제품은 종합 Service를 마련하는데 기본이 되는 작은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 그런 시대, 그런 Paradigm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트는 수 년 내에 컴퓨터 Hardware가 무상으로 공급되는 시대가 온다고 공언하는 그런 Paradigm의 판이다.
국민 일인당 소득액 만불 까지는 눈에 보이는(Tangible) Hardware가 발전을 이끌어 왔다면, 만 불에서 이 만 불의 소득으로 가기 위하여는 이제 보이지 않는(Intangible) Software가 주도 해야 하는, 지금까지 와 는 전혀 다른 판의 Game일 것이다.
사실 만 불에서 이 만 불 소득으로의 성장은 이미 한참 전에 22개 나라들이 경험하여 이룩한 것이기에 별 새로울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여러 개의 성장 Model중 현재 우리 나라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몇 개의 예를 잘 섞어, 우리에 맞게 약간 손질만하여 그냥 쓰면 된다.
이 만불 소득을 훨씬 전에 넘긴 수많은 선진국들도 별 큰 어려움 없이 약 5년에 걸쳐 이러한 과정을 이루었듯이, 한국인의 저력을 고려하면 한국의 국민 소득 이 만 불 달성은 별 어렵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정 반대로 나타났다. 90년대 중반에 이미 일인당 만 이 천불의 소득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바로 경제 대란을 맞는 등 갖은 수모를 겪으며 2003년 겨우 만 불 소득을 되찾았으나 가계신용부재, 극심한 내수부진,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어두운 경제 전망만 난무할 뿐이다.
세상이 변하면 당연히 그에 따른 가치도 변하고, 그에 맞게 판단기준도 변해야 한다. 새로운 판에서 Game을 하기 위하여 당연히 새로운 판의 법칙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Game에 과거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당연히 승산이 없다. 극단적인 예로 평양시민이 평양의 잣대를 가지고 서울에서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 집행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법칙, 잣대를 그대로 가지고 미래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새로 정권이 태어날 때 마다 개혁을 이야기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데도 불구하고 실제 개혁이 어려운 것은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조차 기준 가치를 바꾸지 않고 기존 틀에 미래를 구겨(?)넣어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식이 변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잘도 이야기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의식은 과거에 머물며,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의 미래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어간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대도시로서, 수도로서 시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기능을 제공하므로 그 존재 가치를 지켰다. 이 시기에는 ‘부르도자’의 별명을 훈장처럼 달고 다닌 김현옥 시장으로 상징되는 개발의 시대였다. 기능의 시대였다.
80년도 중반 아시안 Game과 88 Olympic game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서울 시민들도 삶의 질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에 걸맞은 기대를 하게 되었고, 서울도 시민들의 욕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앞서 나아가진 못했을 망정 차곡차곡 광화문도 손보고, 청계천에 맑은 물을 돌려주는 엄청난 일도 벌리고 있고, 용산에 Central Park에 버금가는 공원을 조성하는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품질의 시대인 것이다.
이제 서울은 Hardware 측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아시아에선 도쿄,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유럽에서 런던, 파리, 베를린 정도 이외엔 양보할 생각이 없다.
전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서울의 실제 모습은 어떤가?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Intangible) Software가 나라, 도시의 경쟁력을 정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정치상황, 기업환경, 지도자의 안목, 시민의 의식, 여유, 성숙도 등의 실상에는 별 관심들이 없는 듯하다.
아직도 무슨 일을 계획하면 Hardware부터 생각하고, Hardware만 생각한다.새 정부의 ‘한국을 북아시아 Hub로 발전 시키겠다’는 원대한 비존을 들여 다 보면, 인천 특구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Hardware에 관한 구상들만 무성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수많은 Software, 투자 환경, 기업환경, 규제, 노동 유연성 및 경쟁성, 홍콩이나 싱가폴을 앞서는 시민의 의식수준등등에 대하여는 말만 무성하지 구체적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속성상 기업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환경,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으면, 기업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오고,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를 하게 되어 있다. 그 여건을 만드는 데 Hardware는 작은 필요조건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교통 신호를 기다리며 글의 마무리를 생각하다가 녹색신호가 바뀌는 것을 놓쳤다. 그 순간 뒤에서 올려대는 클락숀 소리에 황망히 엑셀을 밟는다. ‘빨리빨리’가 세계 최빈국, 한국을 단기간 내에 세계 열한번째 경제규모의 나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 였다면, 이 경박한 조급함이 이제는 Software가 중심인, 소득 이 만 불의 시대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Hardware로 서울은 이미 상하이에 추월 당한 지 오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와중에도 중국인들의 여유를 본다. 푸동은 물론 전 상하이에 들어차는 건물들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건물이 직사각형을 벗어나기엔 너무 바빴던 서울의 조급한(?) 발전을 안에서 바라보았던 서울 시민의 눈에 비친 상하이는 경이! 그 뒤를 엄습하는 두려움이다.
우리 회사 중국분부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푸동에서도 중심지에 위치한 ‘국제 무역빌딩’, 이름에 걸맞게 유명한 다국적 기업들이 들어찬 세련된 빌딩이다. 화장실을 찾았는데 소변기 밑이 흥건하게 젖어있어 발을 디딜 곳이 없다.
소변을 보면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
흐흐흐, 너희들이 소변기 밑으로 오줌이나 지리는 한 아무리 뛰어도 서울을 따라 오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2004. 4 평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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