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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김해동 | 2012.10.11 14:33 | 조회 7840

비.브라운 아시아 태으로평양 지역본부의 위기와 변화:
글로벌 전문경영자의 역할을 중심

 

김 해 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박사과정, 제1저자
hd.kim@hotmail.com
이 동 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교신저자
dhlee67@catholic.ac.kr

 

요 약
1839년 작은 약국에서 출발한 비.브라운 그룹은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 하였다. 이제 비.브라운은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 기업으로,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4만 1천명이 넘는 종업원들과 44억 유로를 웃도는 매출액을 기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브라운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를 다룬 본 사례는 조직 위기를 맞은 다국적 기업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조치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비.브라운은 인적 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업성과를 향상시킨 것은 물론,부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학습과 지식공유가 활발한 긍정적인 조직 문화로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지역본부의 위기극복 책임을 맡은 새로운 전문경영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양한 채용, 학습, 보상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도입해서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신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비.브라운이 학습조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보다 과학적인 채용 제도의 기반 하에서 도입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들이 기업 차원의 철학이나 원칙들과 잘 연계되어 실행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보상 시스템도단기적인 재무목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의 역량 개발에도 좀 더 노력할 수 있도록 새롭
게 설계되었다.

 

I. 서 론


“직원들은 자신이 존중 받을 때만 상대방을 존중해 줍니다. 그래서 리더로서 존중 받기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직원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서 1년 반을 지내면서 과연 내가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 봅니다. 급할 것도, 크게 이룩해야 할 것도 없이 살아가는 이곳 직원들을 존중을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돼 보입니다. 존중은 고사하고 적개심마저 생깁니다. 도대체 일에 대한 열정은 고사하고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이 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큰 꿈을 이루겠다고 한국의 그 좋은 생활 다 버리고, 이 더운 곳에 와서 젊지 않은 나이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겉으로 이 세상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자상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을 격려하며 돌아다녀도, 사랑이 담기지 않은 빈껍데기 미소라는 것을 이 사람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 그들 가슴에 열정의 불을 지필 수 없고, 그들의 열정 없이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을 진데 나는 이곳 에서 리더이기를 포기한 것입니까? 나에게 종교라도 있었으면 이렇게라도 빌어보고 싶습니다. 주여 제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을 주소서...”


- 2006년 김사장이 쓴 메일 중에서

 

2004년 10월 4일 김해동 사장은 비.브라운 말레이시아 법인(B.Braun Medical Industries, 이하 BMI)의 대표로 취임했다. BMI의 대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모든 자회사 이사회 회장으로 같은 지역의 책임을 맡는다.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 일부를 포함하여 한국, 호주, 인도를 망라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regional headquarter)를 총괄 경영하는 책임을 맡은 것이다. 취임 전 비.브라운 코리아(B.Braun Korea)의 대표로 일했던 김사장은 비.브라운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인이 아닌 다른 국적의 경영자로서 지역본부 책임자로 선임되었다.

하지만 김사장을 맞는 BMI 임원들의 태도는 따뜻하기는 커녕 싸늘했다. 공식적인 전임 환송 겸 신임 대표 환영 만찬을 제외하면 김사장은 가족도 없이 혼자 임시로 묵는 호텔에서 매끼 저녁을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카리스마 있는 강한 리더를 기대했던 임직원들에게 문화가 많이 다르고, 변방으로 인식되었던 한국의 자회사를 경영했던 순수 한국 사람이 독일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 대표로 오는 것 자체가 의외였던 것이다. 김사장은 비.브라운 코리아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자회사는 1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이었고, 5,000명이 넘는 다민족, 다문화 조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임 후 회사 실상을 파악한 김사장은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와 경영자들에 대한 직원들의 존경과 믿음은 예전에 사라졌고, 각 부서장들은 사장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독일 본사에 있는 각 기능부서의 상사에 의존했다. 자연히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했고, 여러 부서가 협조해야 되는 일은 진행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목소리가 큰 중앙 관리부서들만 기형처럼 비대해져 있었고, 가장 중요한 생산, 마케팅, 영업은 한참 뒷전에 밀려있었다. 인사부문(HR) 직원이 100명 가까이 있었음에도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인사에 대한 불신도 팽배했다. 노동조합의 불만은 우려의 수준을 넘었고, 불만을 가진 퇴직 직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와 근방에서 노동법 관련 송사가 가장 많은 회사로 소문까지 났다.

BMI의 최상위의 결정기관은 이사회(Board)로 김사장이 대표를 맡았고, 4명의 부사장들이 생산, 재무/통제/정보기술(Finance/Control/IT), 공급사슬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그리고 인사부문(HR)을 각각 맡았으며, 1달에 1회 정도 이사회를 개최해 회사 전반을 점검하고 주요안건들을 결정하였다. 그 아래 약 20명 정도의 총괄 관리자(general manager)들이 각자 분야를 책임지고 있었고, 다시 그 아래 100여 명의 중간 관리자들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5,000명 정도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장 BMI 이사회부터 문제였다. 조직이 이 정도로 망가졌다면 전임 사장은 물론이고 임원들의 책임도 있을텐데,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과 같이 조직의 변화를 추구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김사장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껏 임원들이 만들어 놓은 관행에 대한 부정을 피할 수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기존 임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부사장들은 대표를 신뢰하지 않았고, 각자 독일 본사에서 기능 부문을 책임지는 Board Member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업무 지시를 받는 행태들이 나타났다.

김사장은 불과 부임 3개월 만에 그룹 소유주 겸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사회 구성원을 바꾸던지 아니면 자신을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요지였다. 1주일 후 현지를 방문한 그룹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을 바꾸어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김사장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지도 않았다. 단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시켜 주었고, 독일 본사의 간섭을 막아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김사장을 대표로서 굳건하게 신뢰한다는 표시만 하고 돌아갔다. 자신의 제안이 그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돌아가겠다고 예약해 놓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사장은 지역본부 책임자 역할을 계속 맡을 것인지 고민했다. 일주일 후 그는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왔고, 그때까지 파악한 문제점을 근거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Ⅱ. 비.브라운(BBM)과 BMI 소개


1839년 설립된 비.브라운(B.Braun Melsungen AG, BBM)은 172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의료소모품 전문기업이다. 비.브라운은 1893년 미국 뉴욕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시장을 공략하였다. 2010년 기준으로 비.브라운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26개국, 중국,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태평양 17개국,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 공화국 등 북미3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남미 6개국, 그 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독일을 제외한 총 53개국에 진출해 있었다.

이중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이한 역사를 갖고 있었다. 우선 비.브라운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교두보는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1972년 비.브라운은 말레이시아 페낭(Penang) 지역에 생산기지를 마련하였다. 설립 당시 19,000 SqM(약 5,800평)의 공장부지에 불과했던 이 공장은 2010년 기준으로 72,000 SqM(약 22,000평)의 공장 부지에 5개동의 생산 공장과 1개 동의 중앙관리 건물에 5,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큰 회사로 성장했다.

비.브라운(BBM)은 의료 소모품 한 분야에서만 44억 유로(2010년 기준, 부록 1 참조)의 매출을 이루고 있었으나, 이러한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장되지 않은 가족기업으로 남아있었다. 소유주 겸 이사회 회장인 브라운(Ludwig George Braun) 교수는 4대 그룹 회장으로 1978년 취임하여 독일의 전형적인 대기업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긴 역사를 가진, 유럽의 가족기업인 비.브라운은 여느 기업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비.브라운은 그룹의 장기적인 지속성(sustainability)을 위해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일반 주주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상장을 하지 않았고, 가족회사로 남아 있기를 원했으며, 기업의 독립성 확보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이러한 기업 가치는 해외 자회사 운영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자회사에 가능한 한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서, 현지 경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도록 했다. 이러한 문화는 대부분의 해외 자회사에서 선순환 작용을 해서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했고, 그것이 그룹에 높은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여러 독일 언론에서 비.브라운은 독일의 최고 기업으로 자주 거론되었다. 2005년에 이어 2009년에도 독일 최대 비즈니스 저널에서 수많은 세계적 기업을 따돌리고, 보상, 시장선도, 일과 삶의 조화, 직업보장, 직원개발 그리고 기업풍토, 문화 등 전 심사종목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독일 최고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경영 철학은 간혹 리더십이 약한 경영자가 운영하는 몇몇 해외 자회사에서 조직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00년 초반의 BMI가 그런 경우였다. BMI는 설립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가 닥친 1997년까지 성공적으로 도약했다(그림 1 참조). 하지만 1998년 경제 위기로 인해 실적이 나빠지면서 그 동안 수면 아래 잠겨있던 여러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랫동안 이 지역을 맡았던 책임자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한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는 생산, 영업과 마케팅(Sales & Marketing, S&M) 그리고 자금(financing) 책임을 각각 나누어 3명의 Group Managing Director들로 하여금 각자 맡은 분야를 책임지게 하는 집단 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이사회 대변인 자격으로 공식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S&M 책임자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각 나라 자회사 사장들과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상태가 악화되어 급기야 또다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혼란을 겪으면서 결국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부임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CFO가 총괄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신임 대표 역시 어려운 결정을 혼자 내리기에는 경험이 부족했고, 결국 2004년 그룹 이사회는 그를 내보내고 한국의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사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던 것이다.

 

Ⅲ. BMI의 당면과제


김사장이 고심 끝에 파악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 리더십의 부재였다. BMI의 전임자는 독일에서 재무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BMI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임명되었다. 그 후 아시아 경제위기와 일련의 내부 경영진 문제로 CFO가 전격적으로 지역을 책임지는 CEO로 임명되었다. 문제는 그가 CFO로서는 능력이 출중했으나, CEO를 맡을 역량은 그만큼 뛰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 착했던 그는 누구에게도 ‘No’라는 소리를 하지 못했고, 따라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사장도 리더로서 결정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단지 희망사항을 나열하는데 그치게 됩니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계획을 잔뜩 늘어놓고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바라게 됩니다. 문제를 회피하면 당장 갈등이 없어 일시적으로 마음은 편할 수 있지만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리더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전임자의 이런 우유부단함으로 서로 대립되는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승인받아 이루어지다보니 관여했던 임직원들이 방향을 못 찾고, 혼란 속에서 실망하고 좌절하였다. CEO는 조직이 점점 어려워지니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그 시도는 다시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결과를보여주지 않으니, 최종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무기력해진 직원들은 아무리 좋은 전략을 소개해도 관심조차 주지 않게 되었다.

둘째, 직원들의 사기저하 문제였다. 우유부단한 리더십 때문에 직원들은 실망했고,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좌절한 직원들이 자진해서 자신과 조직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리 만무했다. 조직역량은 약해지고, 직원들은 안락한 현실에 안주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관리자들은 더 많은 직원이 필요했고, 자기 부서의 직원 수를 자신의 영향력 크기로 간주했다. 인원은 계속 늘었는데, 이 중에서도 100명 가까운 인력을 가진 HR 부서는 사내에서 경찰행세를 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직원이나 노동조합의 불만은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셋째, 생산성 악화와 선적 적체 현상이었다. 공장 직원들의 사기가 이러하니 요구되는 품질의 제품이 계획된 대로 정확히 생산되고, 적시에 선적이 될 리 없었다. 각 나라에서 불평이 쏟아졌으나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금방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몇 사람이 의욕을 갖고 달려들었다가도 현실을 인식하고 흐지부지 발을 뺄 수 밖에 없었다. 현지 사정과 관계없이 주문은 그룹 산하 각 국가에서 꾸준히 들어오니 급박할 것도 없었고, 선적이 늦었다고 벌금을 내거나, 주문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었기에 위기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김사장이 부임한 2004년 말 공장의 가장 중요한 제품인 정맥 카데터1)(Intravenous Catheter, IV Catheter)의 선적 적체(backlog) 수량이 500만 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당시 월 생산량이 1,000만 개인 것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분명 허용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사장은 ‘MA(Moving Ahead)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일에 우선 착수했다.MA 프로젝트는 김사장이 부임하기 전, 그룹 회장 지시로 이루어진 BMI 구조 개편 작업이었다. 프로젝트를 맡은 컨설팅 회사인 Ernst & Young의 제안은 페낭(Penang) 공장은 생산에 전념하고, 영업, 마케팅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 기능은 교통이 편리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로 옮기고 중앙관리 부서가 양쪽을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관리부서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립하라는 것이었다.

2005년 1월을 기점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 기능을 페낭 공장에서 분리해서 쿠알라룸푸르로 옮기는 것이 MA 프로젝트의 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장의 여러 산재된 문제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다가 2005년 12월에 선적 적채가 어느 정도 풀리면서 2006년 1월에야 겨우 쿠알라룸푸르로 이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사장이 자리를 옮긴지 채 4개월도 안되어 적채 수량이 1,100만 개를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이 다시 발생했다. 김사장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초기 제 모습은 불 끄러 다니는 소방수 같았습니다. 사고가 터져 그것에 전념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잠잠해졌다가 3개월쯤 지나면 또 다른 사고가 터집니다. 직원들의 일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악순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우리는 약속된 공급을 못해서 경쟁사 제품을 사다가 계약된 수량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직원들이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부임 초기 HR을 담당했던 부사장은 자신이 말레이임에도 불구하고 제게 말레이시아 직원들은 게으르고, 능력도 없고, 이룩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으니 큰 희망을 걸지 말라고 조언하더군요. 이런 인사 책임자와 함께 이곳 직원들을 이끈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독일 본사의 HR을 책임지는 Board Member의 심한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그를 내보냈습니다.”

 

생산 안정화와 함께 김사장은 중앙관리부서의 규모와 경비를 3년 동안 30%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당시 BMI의 안락한 조직 분위기에서 받아드리기 힘든 결정이었다. 다소 과격한 계획에 BMI 임원들은 물론 독일 본사 임원들도 의구심을 가졌지만, 김사장은 해당부서들의 인원을 622명에서 486명으로 줄였고, 총 경비도 2003년 8,400만 RM(Ringgit Malaysia, 말레이시아 통화, MYR로도 표시)에서 2005년 5,800만 RM으로 줄여 계획대로 31%를 절감시켰다.
뿐만 아니라 김사장은 직원들의 신뢰 회복과 사기진작을 위해, 구성원 모두 함께 노력해서 BMI를 일하기 좋은 직장(Best Working Place, BWP)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비록 관리부서를 최적화해 가는 과정이 모두에게 힘들었지만,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사기를 올리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조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사장은 자신부터 변하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해본 적이 없고, 누가 나를 존경하지 않는데 존경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상대를 먼저 존경해야 그들이 조그만 존경이라도 저한테 돌려주지 않겠습니까? 리더십이란 결국 내가 먼저 직원들을 좋아하고, 믿고, 직원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reat Place to Work®Institute2)에서 개발한 기본개념을 직원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전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상명하달식 문화에 익숙해있던 직원들은 처음엔 의아해 했지만 곧 부서별로 100개에 가까운 제안을 해왔고, 그 제안들을 사안별로 분류하여 ‘BWP Top 11 Proposal’이라는 명칭으로 정리하였다. 정리된 Top 11 Proposal을 실행하도록 8개의 스터디 그룹(Study Group)을 만들어 각각 리더를 정했다(표 1 참조).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다양한 부서원이 골고루 포함된 팀을 만들고, 해당 주제에 대한 직원들의 제안을 충분히 연구한 후 총괄 관리자(general manager)들로 구성된 Management Committee(MC)에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도록 했다.

지시받은 일에만 익숙했던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스터디 그룹에 참여했고, 여러 가지 좋은 안들이 제안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제안들이 MC에서 채택되었으며, 식당 개선 등 상당액의 투자가 필요한 제안들은 별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시행되었다. 제안에 따라 비.브라운 비즈니스 스쿨(B. Braun Business School, BBS)도 만들어지는 등 직원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타 부서원들과 회사 발전을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타 부서원들을 이해하게 되어 만연했던 부서 이기주의도 점차 해소시킬 수 있었다.

 

직원들의 태도와 회사의 분위기는 미약하나마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BMI 이사회는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사회는 두 명의 독일 부사장이 재무와 생산을 책임지고 있었고, 한명의 중국계 말레이시아 여자 부사장이 SCM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김사장이 CEO로서 전체적인 책임과 함께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담당 부서장을 내보낸 HR까지 관장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 체계로 인해 긴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부사장들과 그들의 보고를 받는 독일 본사의 간부들은 BMI 페낭 공장 곳곳에서 터지는 사고에나 관심이 있었지, BWP나 교육 프로그램 등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흔히 조직 개편을 할 때 미국계 기업은 CEO는 물론 기존 임원들까지 교체해서 빠른 변화를 유도하는 반면, 유럽계 기업은 CEO만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CEO만 바꿀 경우, 기존 임원들의 저항과 관성이 남아 있어 혁신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CEO와 임원으로 구성된 새로운 경영진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조직을 변화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유럽 방식은 CEO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에 따라 기존 임원들을 설득시키고 변화시키는 검증의 기회를 가진다. 문화를 중시하는 유럽계 기업에서는 속도가 다소 늦더라도 그런 검증절차를 밟는 관행이 있었다. 김사장은 진심을 담아 기존 임원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

 

“그들을 내치지 못한다면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했습니다. 좋고, 쉬운 사람들만 가려가며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리더십이겠습니까?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방법이 진정 옳다면 그들이 안 따라올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약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을 품고 같이 가자.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들에게 먼저 설득되어야 했고, 설득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좋아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이 저에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 갈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당연한 이치인데 당시에는 급하게 조직을 바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어요. ‘빨리빨리 증후군’에 빠져 있던 전형적인 한국형 리더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이사회는 조금씩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로 다시 돌아온 지 1년이 훌쩍 넘은 후였다. 다행히 카데터(IVC) 적채문제는 4월을 고비로 점차 안정을 찾게 되었고, Top 11 Proposal도 각 Study Group에 의하여 하나씩 시행되면서 자그마한 성취 덕분에 직원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 김사장은 본래의 책무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에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김사장은 그 동안 미루었던 이 지역 전체를 변화시키는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Ⅳ. AP Winning Mechanism


2007년 2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산하 자회사 사장들을 포함 20여명의 핵심 임원들은 한국에 모여 1주일간의 워크샵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업들을 이끌어갈 장기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였는데, 이는 ‘AP Winning Mechanism’으로 명명되었다. AP Winning Mechanism은 모두 3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그림 2 참조). 1단계는 직원들과 그들을 위한 리더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2단계는 고객 혹은 마케팅, 그리고 3단계는 주주 혹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윤리(ethic), 지배구조(governance),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었다. 주주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만족한 직원이 고객을 감동시키고, 감동한 고객이 회사에 이윤을 가져다준다는 핵심 논리가 Winning Mechanism의 기반이 되었다.



비.브라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자회사들을 살펴봤을 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모그룹의 표준화된 글로벌 제품과 혁신 능력을 바탕으로 비.브라운과 유사한 글로벌 경쟁자들이 경쟁하는 비슷한 시장 환경에서 유사한 글로벌 마케팅 기법에 의해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그 성과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과거 5년간 자회사들의 평균 성장률은 최저 -3% 에서 최고 43%까지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때 성과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 중 유사한 변수를 모두 상쇄시킨 후 각 나라마
다 다를 수 있는 변수를 찾아보면 주목을 끄는 것이 바로 리더십과 직원들의 역량이었다. 비.브라운의 기술 역량과 이에 기반을 둔 제품이 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수준이라면, 그것이 태국에서 팔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김사장은 믿었다. 따라서 리더십과 직원역량이 이들 자회사들이 위치한 각 나라의 주요 경쟁사들의 역량보다 높다면,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림 3>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이다. 비.브라운의 태국과 인도네시아 자회사를 비교해보면 2005년 이전에는 성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태국이 인도네시아보다 인구는 적었지만, 의료기기 시장의 크기는 훨씬 컸다. 태국 의료기기 시장은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시장 규모보다 약 3배 정도 컸다(부록 2 참조). 그러나 2005년 초 인도네시아 자회사의 책임자가 바뀌면서 성과 차이는 극명해졌다. 리더를 바뀐 후 인도네시아 자회사는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논의 결과 AP Winning Mechanism의 1단계에서는 리더십과 직원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다음 세 가지 요소를 핵심내용으로 강조하였다. 즉,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자회사의 리더들은 첫째, 역량 있는 사람들만으로 조직을 채우기 위해 건강한 경쟁적 환경(Healthy Competitive Working Environment, HCWE)을 만들고, 둘째,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 LO)을 만들며, 셋째, 주인의식을 가지고 도전을 즐길 수 있도록 최고의 일터(Best Working Place, BWP)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상세한 세부 지침서를 마련해 주고 지속적인 워크샵을 통해 AP Winning Mechanism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스며들도록 하였다.

 

4.1 건강한 경쟁적 환경(HCWE) 조성

건강한 경쟁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는 인력 선발과 보상 제도를 경쟁력 있게 만든다는 의미였다. 사실 자질과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적절치 못한 사람을 채용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조직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각 나라에서는 면접 등을 통한 전통적인 채용방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김사장은 자회사 운영상의 많은 부분을 일임하여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였으나 직원 채용만큼은 직접 챙겼다. 즉, 해당 직원의 조직상(disciplinary)의 책임자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또는 글로벌 본부의 기능상(functional)의 책임자들로 하여금 직무능력 적합성(eligibility)을 판단하게 하고, HR은 다양한 평가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태도, 행동적합성(suitability) 그리고 지능과 학습능력을 보는 지적 잠재력(mental potential)을 집중 평가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모두 합의해서 인재를 뽑도록 제도화했다(표 2 참조).

일반적으로 인재를 선발할 때는 학력이나 경력 등의 자격요건을 의미하는 적격성(eligibility) 과 해당 업무에 대한 관심, 태도, 열의 등을 일컫는 적합성(suitability)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후보자 면접만으로는 적합성을 알아내기 어렵다. 해리슨 어세스먼트(Harrison
Assessment)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후보자의 적합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었다. 김사장은 해리슨 어세스먼트를 도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흔히 면접(interview)이 가장 효과적인 인재선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접 사람을 보고 물어보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 면접을 통해 업무의 적합성을 파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면접에서 ‘저는 이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혹은 ‘저는 때때로 공격적입니다’ 라고 답할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같은 한국 사람을 면접할 때는 후보자의 인상이나 말투 같은 것을 통해서도 일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외국인을 면접해 보니 도저히 적합성을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다문화 인재선발에는 보다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리슨 어세스먼트의 조사 설문은 MBTI 같은 성격 심리검사와는 질문방식이 달랐다. 예컨대 ‘나는 활동적인 편이다’라고 묻는 대신 ‘나는 외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방식으로 물었다. 일반 검사와 달리 ‘나는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의사결정을 할때 직관을 이용하는 것을 즐긴다’ 등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담고 있었다.

이처럼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시행초기에는 자회사들에게 불필요한 절차를 통한 간접적 채용제한으로 받아들여져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로 인해 채용 성공률이 올라가면서 이 제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모든 나라에서 기본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김사장은 인재 선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아무리 좋은 선발과정을 만들어도, 좋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평소에 새로운 고객,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듯이 역량 있는 사람을 찾고, 좋은 사람을 발견하면 인원 계획에 구애 없이 선발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AP Winning Mechanism 1단계에서 선발제도 개선에 주력했던 이유는 직원들의 역량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평소 소신외에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각 자회사들이 저마다 검증되지 않은 인력들을 많이 뽑아 조직을 비대화시키고 성과도 하락시킨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몫 했습니다. 실제 인도 자회사는 높은 이직률로 성과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새로운 선발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직률이 감소하고 경영 성과가 향상되는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선발 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보상 제도에 대한 정비도 함께 이루어졌다. 그때까지 장려금이 있었지만, 직원 개인이나 팀이 만든 성과와 직접 관련 없이 사장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금액이 정해졌다.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보상과 성과급 제도가 직원 역량과 성과에 직접 연관되어야 한다고 김사장은 확신했다. 무엇보다 먼저 성과위주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개인 또는 부서의 성과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분기별로 개인과 부서의 성과가 나오면 직원들이 상사의 주관적 판단과 상관없이 자신의 성과급을 쉽게 계산할 수 있도록 공식을 투명화했다. 성과급이 전년도 양적 성과에 의해 정해진다면 연봉 보상은 개인의 질적 역량에 의하여 정해졌다. 모든 직원의 역량을 평가하여 부서별, 전사별 순위를 매기고(Forced Ranking System), 개인 역량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하여 연봉 인상에 차이를 두게 했다. 특히 가장 낮은 단계를 받은 직원들은 연봉인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성과개선 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PIP)이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역량을 향상시키도록 했고,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했다. 1년 후에도 개선이 없으면 본인
특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도록 했다.

사실 김사장이 한국에서 이미 90년대 말에 이 제도를 도입해서 성과를 거둔 적이 있었다. 따라서 제도의 복잡성과 시행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에 대한 주인의식을 직원들에게 주기 위하여 목표와 기본 틀만 제시하고 New Incentive Scheme Committee를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제도를 만들도록 하였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그런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직원들의 협조와 이해가 높아 실행이 기대보다 순조로웠다.

시행 초기에는 목표를 낮추어 쉽게 성과급을 탈 수 있도록 하여, 성과급은 약간의 노력으로 탈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했고, 덕분에 성과급을 받은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더욱 몰입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직원들의 작은 성공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성과급으로 보상하면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렇게 높아진 관심은 자기 직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4.2 학습조직(LO) 강화
외부에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기존 내부인원 중에서 가능성 있는 인재를 가려내어 키워내는 것만큼 중요할 수 없다. 김사장은 학습을 통해 회사는 세 가지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첫째, 학습은 일의 전문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고 성과를 극대화하여, 보람을 갖고 학습에 더욱 몰입하는 전문화의 선순환을 창출합니다. 둘째, 학습은 의식 전환을 통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므로, 남과 다른 성과를 얻고, 마찬가지로 보람을 가지고 미래의 성공을 준비하기 위해 더욱 공부하게 되는 인성의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끝으로 학습을 통하여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게 하여 의사소통의 선순환 나아가 나눔(sharing)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사장은 학습조직을 위해 비.브라운 비즈니스 스쿨(BBS)을 포함하여 직원 단계별 그리고 국가별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였다(그림 4 참조). 일단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모든 자회사에 비.브라운 비즈니스 스쿨을 운영하게 했고, 각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직원들 최저 학습 이수 시간을 정해, 이를 자회사 사장의 주요 성과 지침(Key Performance Indicator, KPI)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였다. BBS를 기본 틀로 BMI와 같이 규모가 큰 자회사에는 차세대 인재의 발탁과 교육을 위하여 Talent Pool Program을 운영하였다. 예컨대 BMI에서는 Talent Pool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젊은 인재를 뽑아, 1년 반에서 2년 동안 MBA 코스에 버금가는 집중적인 사내학습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었다.

5,000명 직원 중에 2년이 걸리는 코스에 약 20명의 젊은 인재를 뽑았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고, 선발과정이 대단히 엄격하였다. 첫 과정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내부 역량 평가에서 상위 20%에 들어가고, 나이가 45세 미만이면 자격을 가졌다. 그 해 상위 20%에 들지 못했더라도 그 사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서장의 특별추천을 얻으면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단계로 두 가지 심리 감성 평가를 받아 후보의 회사에 대한 적합성을 파악했다. 세 번째 과정에서 경영학 서적이 주어지고, 이 책과 각자의 일과 연관되어 독후감을 쓰도록 하여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팀 과제로 특정한 과제를 주고 회사 발전을 위한 제안서를 내도록 했다. 이 제안서는 따로 패널을 구성하여, 그 패널의 평가로 최종 20명을 선발하였다.

이렇게 선발된 인재들에게는 각자 자기 부서와 관계없는 Senior Manager 한 명이 멘토(mentor)로 지정되어 정기적으로 멘토링이 이루어졌다. 기존 업무를 수행하며, 빡빡한 Talent Pool Program을 별도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량의 추가근무가 요구되었고, 그것을 일부 보상하기 위하여 매월 급료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했다. 프로그램에는 정기 강의, 사례연구, 사장과의 직접대화, 특별 임무를 위한 Task Force Team 참여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었다. 2007년 1기 과정이 시작하여 2009년 중순에 마치고, 다시 위의 선발과정을 거쳐 2010년 1월 2기 20명이 과정을 시작했다. 1기 Talent Pool과정을 마친 직원 중 이미 35%가 더 중요한 책임을 맡는 등 진급되었다.

BBS와 Talent Pool Program이 각 나라 현지 프로그램이라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가 주도하는 것으로는 Management Excellence Program이 있었다. 매년 각 나라 자회사에서 2-3명의 인재를 추천 받아 열흘 동안의 집중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였다. 2006년에 시작하여 2010년 7월 다섯 번째 프로그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루어져(표 3 참조), 이제 그 과정을 거친 직원의 수가 100명이 넘어 지역 내에 주요한 직책을 맡은 거의 모든 관리자가 이 과정을 수료하였다. 2006년 이래 지금까지 매해 전 과정에 김사장이 교육자들과 함께 참석하여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각 나라에서 참석한 인재들을 서로 알고, 이해하고, 필요한 인재를 발탁하는 기회로 삼았다.

<표 3>을 보면 MEP Program의 강사진은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MBA부학장을 제외하면 모두 회사 임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것은 2006년 1회 프로그램이 100% 외부강사에 의존하다가 매 년 내부 강사를 조금씩 늘려나간 결과였다. 김사장은 가르침이 학습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믿음 하에, 사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내부 강사들을 적극 개발하였다. 회사 성과를 위해 필요한 특정 주제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경험이 풍부하고, 재능을 보이는 간부들에게 주제에 대한 외부학습 기회 등 가능한 모든 연구기회를 제공하고, 시간을 주어 강사로 육성했다.

이들은 일정 심사를 거쳐 다양한 프로그램에 강사로 초청되었다. 내부 강사는 참석자들의 피드백 점수에 의하여 차등 강사료를 받았고, 낮은 점수를 여러 번 받으면 당연히 초청이 줄어드는 내부 경쟁 시스템을 적용하였다. 2009년부터는 BMI의 총괄 관리자(general manager)급 이상은 의무적으로 내부 강사가 되기로 정하였다. 지금까지 회사 비전 달성에 필요한 각각의 주제를 강의할 수 있는 총 39명의 내부강사가 배출되어 다양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진행하였다.



끝으로 AP 리더십 포럼(Leadership Forum)은 각 나라 자회사 대표와 지역본부의 임원들을 위한 전략 프로그램으로 2007년에 시작하여 2010년 9월 4회 포럼을 싱가포르에서 가졌다. 2007년 1회 포럼을 통해 AP Winning Mechanism이 AP 전 지역 전략으로 공식적으로 채택되었듯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고, 정책적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최고 학습의 장으로 이용되었다.

 

4.3 최고의 일터(BWP) 구축
김사장은 최고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기 것을 위하여 자기 일을 할 때 가장 몰입합니다. 그렇다고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다 넘길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흔히 쓰이는 방법이 스톡옵션이나 이익공유(profit sharing), 혹은 비.브라운의 무의결주식구매권리(non voting share participation right)부여 등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성과급 제도와 다른 차원에서 주인의식, 즉 오너십(ownership)을 정의하고 싶습니다. 핵심은 소유(own)가 아니라 통제(control)라고 생각합니다.소유하지 않았더라도 통제할 수 있으면 오너십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직접 결정하고 그 결정을 바로 시행할 수 있고 결과가 바로 나오고 거기에 책임질 수 있으면 소유에 관계없이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사장은 직원들과 결정도출 과정을 공유하고 그들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 HCWE에서 이미 높은 역량을 갖추었고, LO를 통하여 동일한 가치를 공유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혹시 결정도출 과정에 참여한 직원들이 아직 서툴러서 또는 리더의 의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여 차선의 결정을 내렸다면, 즉 20%쯤 모자란 차선이라도 모르는 척 그들의 결정에 따라주는 것이 현명한 리더의 처사라 생각했다. 그들 자신이 내린 차선에 주인의식을 갖고 100% 달성하는 것이, 남이 내려준 최선의 결정을 실행하지 않는 것보다 몇 배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실행과정에서 피드백을 바로 주는 것은 투명성을 강조하는 현대 기업에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도 자신들의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식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자신들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는 것에 신뢰를 보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신뢰가 쌓이고 서로 학습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사전에 성공에 대한 인센티브를 명확히 합의하여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것은 이미 HCWE에서 제도화되어 있었다. BMI에서는 2007년 이후 매년 직원 Online Survey를 실시하였는데, 11개국 2,716명이 참여한 2008년의 결과에 의하면 직원들이 조직 내부의 건강한 경쟁(HCWE)이 치열한 조직일수록 그리고 학습이 강조되는 조직(LO)일수록 더 일하기 좋은 직장(BWP)으로 느끼고 있었다.

2007년 이후 BMI와 AP지역 내에 자회사의 핵심 리더들은 AP Winning Mechanism의 1단계인 건강한 경쟁적 환경(HCWE)에 의해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BMI의 이사회와 Management Committee는 말레이시아인 SCM 담당 부사장과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선임 총괄 관리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고, AP 지역 내 자회사들은 높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11개 나라의 사장들이 젊고 리더십을 갖춘 사람으로 바뀌어 사실상 새로운 경영진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BMI를 이끌고 있었다.

 

Ⅴ. 변화의 성과


부임 초 낮선 환경에서 낮선 사람들을 이끌어야 했던 김사장은 조직적인 한계 외에도 낮은 성과 때문에 고민이었다. 부임한 2004년에는 BMI의 이익이 RM 1,000만(원화 26억원, 당시 환율)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최악의 결과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급한 조치들과 AP Winning Mechanism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5년이 지난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RM 2억 2,000만(원화 680억원, 당시 환율)의 세전 이익(Profit Before Tax, PBT)을 달성했고(그림 5 참조), 그가 관장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역시 원화로 1,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고의 세전 이익을 달성했다.

또 하나 고무적인 일은 2007년 이후 매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Online Survey 결과, 직원들이 인식하는 건강한 경쟁적 환경(HCWE), 학습조직(LO), 최고의 일터(BWP)에 대한 평가점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부록 3 참조). 이는 직원들이 AP Winning Mechanism 1단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잘 나타내준다.

뿐만 아니라 2007년 BMI의 페낭 공장이 그 동안의 우려를 불식하고 그룹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제품군인 정맥 카데터(IVC) 제품의 COE(Center of Excellence)로 선정된 일이었다. COE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해당 제품군에 대하여 R&D를 포함한 Global HQ의 역할을 획득하게 된 것이라는 의미였다.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연계도 잘 이루어져 BMI는 2009년 11월 말레이시아 100대 Leading Graduate Employers로 선정되었고, 말레이시아 수상으로부터 기업사회책임, 환경부분에서 Honorable Mention for Outstanding Work를 수상하기도 했다.



AP Winning Mechanism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김사장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실무에 강한 독일인들에게 AP Winning Mechanism은 다소 이론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2월 전 세계 간부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 당시 브라질 대표로 남미 지역 책임을 맡고 있는 그룹 후계자가 성공적인 브라질 발전상을 발표하면서 서두에 브라질과 남미의 전략 개발에 AP Winning Mechanism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김사장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본부에서는 당장 2012년 이 지역 자회사 사장단 회의를 시작으로 AP Winning Mechanism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김사장을 비롯한 핵심 실무자들을 남미 지역본부에 초대하기도 했다. 독일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유럽을 제외하면 비.브라운은 크게 아시아 태평양과 남미 지역 두 군데에 큰 지역본부(regional headquarter)를 두고 있었는데, AP Winning Mechanism이 지역 전체를 전략적으로 경영하는 우수한 방법론으로 인정받은 셈이었다. 또한 AP Winning Mechanism 1단계의 방법론으로 인재 선발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에 도입했던 ‘해리슨 어세스먼트’라는 도구의 효과성도 인정받아 비.브라운 그룹 전사적으로 인재 채용에 이 도구를 활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사장 입장에서 가장 큰 수확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본사의 인식변화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발표된 각 독일 본사 주요부서의 2015년 중기전략은 모두BRICs를 포함해 새로 떠오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시장에 집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미
래 동력성장은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서 나와야 한다고 중기전략에 명시되어 있었고, 이중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2015년까지 매년 18% 이상 꾸준히 성장해서 2015년에 12억 유로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것이 주어진 목표였다. 사실 이미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역본부 조직을 강화하고 있었다(Enright, 2005). 또한 그룹 후계자이자 브라운 회장의 장남은 브라질 대표로 남미 지역을 총괄하고 있었고, 장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실무 업무를 익히고 있었는데, 이 역시 신흥시장에서 그룹의 성과를 내고자 하는 브라운 회장의 복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Ⅵ. 미래를 위한 도전


김사장은 비.브라운 그룹 전사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성장을 위해 AP Winning Mechanism 2단계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1단계가 건강한 경쟁적 환경(HCWE), 학습조직(LO), 최고의 일터(BWP)를 기반으로 리더십과 인재에 초점을 두었다면, 2단계는 각 자회사 상황에 맞게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같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라도 의료기기 시장이 성숙된 상황이라면 특정 제품에 집중하는 반면, 성장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도입하는 식이었다. 이미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다양한 유형의 지역 전략을 사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Ghemawat, 2005).

그러나 2단계를 전개할 상황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본부가 있지만 여전히 R&D와 제품 개발은 독일 본사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다. 게다가 비.브라운 그룹의 글로벌 조직형태는 기본적으로 매트릭스 체계였다. 즉, 각국의 자회사 책임자들은 지역본부 외에도 독일 본사의 사업부 책임자에게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R&D나 제품 개발을 독일본사의 사업부가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마케팅과 영업을 주로 책임지는 자회사 입장에서는 지역 보다 본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할 수 있었다. 김사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본사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아직 이 지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성숙 시장인 유럽만 하더라도 연평균 성장률이 15% 이상 되면 고성장이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경우는 최소 50% 이상은 되어야 고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의료기기 산업의 관점에서도 이 지역은 유럽과 다른 독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릅니다. 침대와 소파에서 생활하는 유럽인과 바닥에서 생활하는 아시아인은 관절 사용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나 제품의 편리성에 대한 인식도 다릅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소독약의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우는 자동으로 분사되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편리성보다 가격 대비 실용성을 강조하는 유럽인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요.”

 

2011년 11월 중순 김사장은 독일 본사로 가서 글로벌 HR(인적자원) 포럼에 참가하였다. 비. 브라운 그룹 회장은 물론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북미, 남미, 아시아 태평양 대표가 참석해서 각국의 인적자원관리 제도나 성공 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김사장은 AP Wining Mechanism 1단계에서 진행했던 각종 제도나 사례들을 발표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포럼이 끝난 후 김사장은 본사 사업부 책임자들을 별도로 만나 사업부와 지역본부의 역할 분담과 협력 증진을 위한 미팅을 진행했다. 사업부의 실무 책임자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에 파견해서 이미 지역본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 지역본부에 실무 책임자를 파견하지 않고 자회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업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해동 사장은 2015년 중기전략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비.브라운 그룹의 경영 철학은 ‘Sharing Expertise’입니다. 의료기기 제품의 혁신을 주도하고 이를 고객이나 파트너들과 공유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의 비전은 'Serving Half of the World'입니다. 이 지역의 규모와 잠재력을 감안할 때 비.브라운 그룹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곳은 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룹의 경영 철학이 뜻하는 바와 같이 본사의 핵심역량이 공유되고, 적절한 지원만 이루어진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에서 추진하는 AP Wining Mechanism 2단계에 서도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참고문헌


B.Braun A.P.(2009), Compass: Winning Mechanism - Our Asia Pacific Strategy, Malaysia,
B.Braun Internal Document.
Enright, M.J.(2005), “Regional Management Centers in the Asia-Pacific,” Management
International Review (Special Issue) , 45(1), 59-82.
Ghemawat, P.(2005), “Regional Strategies for Global Leadership,” Harvard Business Review,
83(12), 9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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