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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찌,빠 - Decision Making Process

김해동 | 2012.11.16 15:10 | 조회 2511
십 여년 전 무주에서 회사 Workshop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가 유난히 막혔다. 심심하던 차에 옆에 앉아 있던 동료와 ‘묵찌빠’ 게임을 시작했다. 연속 몇 번 지고 난 후에 열을 받은 듯 돈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더니 덥석 문다. 한 판에 천원짜리 게임을 몇 번 지고, 이겨 겨우 만원을 땄더니 안 하겠단다. 오기가 별로 없는 놈이 틀림없다. 하는 수 없이 상대가 이기면 오천원, 내가 이기면 천원을 내는 말도 안 되는 불평등 계약을 제안하였더니 못이기는 척 그러나 이제‘네 돈은 다 내 것이다 이 멍청한 놈아!’ 하는 표정을 굳이 감추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그 친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사만원을 고스란히 잃은 후였다. 주위에서 흘끗 거리던 친구들이 흥미를 갖고 덤비기 시작했다.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원, 사만원 도합 오만원을 졸지에 잃은 옆자리 친구는‘묵찌빠’의 장애자로 인식되었고 각자 자신들은 장애자가 아니므로 승률 일대일, 아니 놀음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듯이, 아마 이 부분에 약간의 재주가 있다고 치고, 두 번 또는 최악의 경우 세 번에 한번만 이기더라도 대단한 벌이가 될 것이라고 믿고 서로 덤벼드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날 서울에 도착하여 그 버스에 탔던 모든 사람들을 강남의 그럴듯한 가라오케로 초대하여 멋진 파티를 할 수 있었다.
 
중학생이었을 때 가장 흥분되었던 는 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년배 남, 여학생들이 초저녁에 몇 집 앞에서 성탄절 캐럴을 불러주고 돈을 벌어 어려운 가정을 도와주고, 밤을 새고 노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더 신앙적이고 교육적인 게임을 해야 한다고 믿는 지도 교사의 방해를 아랑곳 하지않고 ‘묵찌빠’로 왕국을 만드는 게임을 밤새도록 하였다. 당연히 왕은 나였고, 내가 좋아했던 여학생을 왕녀로 만들었음은 당연하다. 나는 왕이 아니라 그 게임, 그 세상에서는 신이었다.
 
사람들은‘묵찌빠’ 게임을‘가위바위보’ 또는 화투, 카드게임 같은 약간의 실력, 배짱이 필요하나 궁극 적으로 운이 좌우하는 내기로 이해하는 것이고 나는 그 게임이 전적으로 전략과 실력에 의하여 승패가 나뉘는 게임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은‘가위바위보’로 선을 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을 확보하면 그만큼 승률이 올라가므로 모든 사람들이 ‘가위바위보’에 집중한다. 똑똑한 사람은 상대의 행동, 심리패턴을 분석하여 승률을 높일 수도 있겠으나, 새로운 상대를 만나면 소용이 없으므로 일반화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따라서 나는 운에 좌우되는 ‘가위바위보’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가위를 내기로 한다.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첫번째, 상대가 같이 가위를 내면 비기는 것이므로 다시 하면 된다. 둘째,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상대가 보를 내는 것인데 그러면 내가 이겼으므로 내가 먼저 시작할 수 있다. 그 순간 나는 빠를 부를 것이다. 가볍게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보를 내었는데 내자마자 그 순간 빠를 부르면 대책이 있을 리 없다. 벌써 승패가 끝났다. 세 번째, 나머지 가장 나쁜 경우로 상대가 주먹을 냈을 경우이다. 졌으므로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면 된다. 물론 그냥 기다리지 않는다. 이 경우 다시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뿐이다. 그 세가지 중 상대가 주먹(묵)을 부르거나, 보(빠)를 부르거나 하면 마의동풍이다. 가위(찌)를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눈은 상대를 응시하는 듯 하나 실재 나의 모든 감각은 귀에 쏠려있다. ‘찌’ 소리만 나면 나의 손은 순간적으로 주먹을 지었다가, 주먹을 쥐는 순간 내가 선이 되므로 이번에는 바로‘찌’를 부르며 가위를 낼 것이다. 영점 몇 초 만에 이루어지는 공격에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묵이나 빠에 반응을 하지 않으나, 약간의 훈련이 되면 이제 빠에도 반응한다. 상대가 빠를 부르는 순간 가위인 내가 선이 되므로 그 순간 빠를 부르면 된다. 묵에 까지 반응하기에는 더욱 고난도의 훈련이 필요하므로 설명에서 제외키로 한다.
 
매번 당하던 상대가 이제 게임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면 약간의 Know how를 풀어준다. 상대가 훈련이 되어 갈수록, 나의 실력은 경지에 오른다. 모르는 사람이 주위에서 바라보면 별들의 전쟁이 연상될 정도이다. 1초에 서, 너 번의 공격을 주고, 받는 것이다.
 
‘묵찌빠’가 상황별 경우의 수가 항상 3가지로 가장 작은 경우이고 바둑이 그 반대로 가장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기사의 선택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Business에서 우리는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아니 그때, 그 상황에 허락된 여러 경우 수 중 최선이라 판단되는 것을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선택이란 모든 선택 가능한 수를 알아내고, 각각의 수를 분석하여 득실을 따지고 그 수를 택했을 때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Simulation을 통하여 최선의 수를 선택하면 된다. 따라서 최선의 결정은 과감한 결단력의 문제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력의 문제인 것이다.
 
더욱 많은 경우, 우리에게 결정권이 주어져 있지 않다. ‘묵찌빠’에서 선을 잡지 못한 경우이다. 일어날수 있는 모든 수를 생각하여 각 수마다 최선의 대비를 준비해 놓고 ‘묵찌빠’에서 처럼 귀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기다릴 뿐이다. 내가 바라지 않던 경우의 상황이 오면 상대가 ‘묵’을 부른 경우처럼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조직이 훈련이 잘되어 있고, 경쟁력이 높을 경우 어려운 환경을 역이용하여 도약의 기틀을 잡을 수도 있다. 역시 선택의 문제이고, 상황 판단력의 문제인 것이다.
 
Business 현실에서 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바둑의 선택의 폭을 훨씬 능가하는데 문제가 있다. 각각의 수 중 실현 가능성이 낮고(Certainty),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Impact) 것들은 무시하고, 그 반대의 것들을 위주로 대비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될 수도 있고,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에 대비해 놓을 수도 있다. 그것이 조직 과 개인의 역량이 될 것이다.
 
이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선택할 수 없는 경우의 수에 쓸데없는 시간과 정열을 허비하는 사람. 반대로 자신의 역할을 애써 축소하는 경우인데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경우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외면하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 아무 대책 없이 그냥 살아가는 사람.
 
첫째 경우를 우리는 상황파악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반면에 그런 사람들이 ‘Out of Box Minded’로 현실을 뛰어 넘는 창의적일 수 있다. 두 번째가 정확하고, 틀림 없는 사람이란 평가를 들으나 상대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약할 수 있다. 양쪽 공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세상엔 ‘묵찌빠’를 자꾸 지면서도 운만 탓하고 계속 돈을 걸며, 덤벼드는 대책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으니까. 강원도 정선에 가면 이런 사람들이 특히 많다.  
 
 
사장과 과장, 상급자와 하급자의 능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가르는 것은 타고난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항상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더 많이 갖고 있기 마련이다. 직위에 따라 중요한 결정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소한 영업에서도 1%차이로 경쟁에서 질 상황이면 말단 영업 사원 자신의 결정으로 상황을 반전 시킨다. 2,3%차이라면 담당 과장에게 결정을 미루고, 5%정도의 차이라면 부장에게, 그 이상이라면 영업 이사 또는 본부장까지, 원가를 위협하는 정도 이나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사장이 시장, 경쟁상황, 사내 생산수급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 아니 선택을 한다.
 
결국 개인, 기업의 경쟁력은 손에 든 카드 수에 의하여 결정된다. 도대체 세상에는 공평한 것이 없다. 기업과 기업, 개인과 개인, 상사와 아랫사람,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처음부터 서로 다른 숫자의 카드를 들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손에든 단 5장으로 Royal Straight Flash를 만들 수 있으면 열 장, 스무 장의 카드를 가득 든 사람이 부러울 리 없다. 그러나 Business의 경쟁은 단발로 끝나지 않는다. 삼세번은커녕, 끝도 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보상에 비하여, 실패에 대한 징계는 항상 혹독하다. 내가 ‘묵찌빠’를 이기면 천원을 받고, 지면 오천원을 내는 것이 결코 불평등 계약이 아니라 오히려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훌륭한 리더는 결정과정에 항상 일관된 Sequence를 가지고 있다. 매번 다른 상황에서 매번 전혀 새로운 결론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이리저리 자르고, 이어서 가장 그럴듯한 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리더가 일관된 결정 Mechanism을 갖았다면, 그것은 예측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Boss의 결정을 예측할 수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이야기 할 것도 없다.
 
나는 사소한 일이라도 과연 우리 회장님이라면 어떤 카드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내가 당면한 이 문제를 풀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항상 회장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회장의 과거, 지금까지의 판단, 행동 패턴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할 수 밖에 없다.
 
그것에서 내가 알아낸 회장님의 카드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 카드는 고객과 직원이 전부였다. 그리고 일관된 결정 Sequence는 상식적인 사회 정의였다. 이제 나는 오너, 회장과 같은 결정,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 안에 수많은 능력 있는 독일, 유럽 사람들 다 제쳐두고, 독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 한국의 자그만 자회사 사장에게 떠오르는 아시아, 태평양을 망설임 없이 맡긴 회장님의 선택을 아직도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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