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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관계, 이기적 유전자 출간 40주년을 기념하며,

김해동 | 2016.02.03 18:04 | 조회 1597

성악설, 성선설, 역사이래 가장 뜨거운 논쟁주제 중 하나였으나 요즘은 시들해졌다.

진화심리학, 뇌 인지과학 발전의 결과다. 인간은 선하게도, 악하게도 태어나지 않았다. 단지 생존하기 위하여 태어났을 뿐이다.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생존본능은 이기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기적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악이 되어, 거꾸로 나와 종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나의 행위가 남에게, 그리고 다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겪으며 진화하면서 뇌 속에 거울 뉴런이 생겨, 남이 슬프면 나도 슬퍼지고, 남이 좋으면 나도 좋아지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이타적 행위가 자신을 위하는 이기적 행위임을 깨닫고, 선하게 처신하게 되었다.

 

결국 선과 악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부모로부터 타고난 성향과 살아온 환경에 의하여 약간의 차이가 있겠으나 인간은 이기적이고, 동시에 이타적이다. 인간의 감정은 무의식 중에 끊임없이 주위상황을 살펴 이기적으로 반응할지, 이타적으로 반응할지 정한다. 이 반응이 남들보다 자주 또는 심하게 이기적이면 악한 사람으로, 이타적이면 선한 사람으로 인상 지어진다.

 

어머니는 사랑의 상징이다. 성질이 고약해서 친구들에게 배척당하는 여자도 자식에게는 숭고한 어머니다. 배척당한 못된 여자는 누구고, 숭고한 사랑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못되게 구는 친구에게 못되게 반응하고, 엄마만 보고 매달리는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1이 가장 이기적이고 10이 가장 이타적 반응이라면, 내 감정 속에 1에서 10번의 반응성향을 가지고, 어떤 상황, 어떤 상대에게 몇 번의 성향으로 반응할지 직관적으로 정한다. 상대가 나에게 2번으로 대하면 나도 2번에 가깝게 반응하고, 상대가 9번 카드를 들면 나도 9번에 가까운 카드를 꺼낼 확률이 높다. 처음 본 상대에게조차 선입관을 동원하여 상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인간은 두 가지 다른 체계로 사고한다. 무의식 중에 감정에 의하여 반응하는, 심리학에서 『시스템 1』 또는 『빠른 사고』로 불리는 직관적 사고와 의식을 깨워 추론에 의하여 고도의 사고를 하는 『시스템 2』 또는 『늦은 사고』로 불리는 의식적 사고가 그것이다.

 

인류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진화해온 수렵시대 야생에서는 위험 또는 안전한 상황, 적과 아군이 명확했다. 내 동굴 속에서 종족과 함께 사냥한 음식을 먹을 때가 안전하고, 포식자가 우글대는 야생에서 예상치 못한 으르렁 소리와 함께 공격 당할 때가 최악으로, 그 상황을 피하려면 부스럭 소리에도 반응하고, 도망쳐야 살아남았다. 따라서 상황에 과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었고, 감정은 그렇게 훈련되었다. 이제 안전한 사회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거의 없음에도, 뒤차 경적소리를 등뒤에서 나는 늑대소리로 착각하고, 과하게 반응하여 큰 싸움을 벌여 오히려 자신을 위험에 빠트린다. 조직생활에서 근거 없는 선입관, 입 소문을 야생에서 적의 부스럭 소리로 오해하고 상대에게 필요이상으로 반응하여 오히려 상대의 악한 반응을 부르는 악순환을 유도한다.

 

직관적 사고의 판단근거는 감정으로, 뇌가 기억하는 과거인과에 의존한다면, 의식적 사고는 기억된 지식들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추론능력으로 미래지향적이다. 따라서 악순환의 고리를 깨는 유일한 방법은 의식을 깨워 상황을 추론하는 것이다. 상대가 3으로 대하니 나도 3으로 반응하고, 상대는 다시 3이나 2로 반응하는 것이 직관적 사고에 의한 악순환으로, 이렇게 치달으면 결국 내 생존에 무슨 도움이 될까? 혹시 선입관 이나 오해한 것이 아닐까? 만약 내가 참고 5 또는 아예 6, 7로 호의를 베풀면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 의식적 사고다. 이런 의식적 사고를 하는 사이에도 감정은 호의를 베풀기에는 내 상처가 너무 크다는 등 모든 어두운 기억들을 들이밀며 빠른 반응을 부추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문화가 발전하고, 배려하는 대인관계가 환영 받고, 이타적 행위가 본인자신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그 관계사회에서는 이타적 행위가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이롭고 하는 일방적 행위가 아니라, 남에게 이로우니 나에게도 좋은, 상생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타적 판단을 할 때는 배외측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전전두엽은 의식적 사고를 해야만 활성화 한다. 한편 의식적 사고는 늦은 사고다. 빨리 반응하여 도망쳐야 살아날 환경이 아닌 만큼 빠른 결정, 빠른 반응을 피해야 늦은 사고를 할 기회가 생긴다.

 

인복이 많은 사람들은 우연히 이타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나 관계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이타적 부분을 끄집어 내어 그 부분과 관계하는 사람들로 늦은 사고를 하는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의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가 밀고, 당기며 힘 싸움을 할 때 나 자신은 심판을 자처할 수 있다. 의식적 사고, 직관적 사고를 각각 인지하고 ! 이 생각은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이 부분은 의식적 추론에서 나온 의견이네?’라는 것을 그때그때 인지하고 심판이 되어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힘 싸움은 공평치 못하다. 감정을 거역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의도적으로 미래지향적 사고에 힘을 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바로 지식사회에서 경쟁력의 원천으로 알려진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능력인 Meta cognition이고, 불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해탈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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